출판사 서평:
나만을, 여기만을, 지금만을 생각하는 인권이
과연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고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지금처럼 ‘인권’이 화두가 된 적이 있던가. 온라인에서, 광장에서, 일상에서 우리는 댓글로, 구호로, 논쟁으로 각자 생각하는 인권을 말한다. 자신의 주장만이 인권을 위한 길이라 목소리를 높이고, 나의 인권과 타인의 인권이 거칠게 부딪치기도 한다. 인권의식은 올라가는데 사회적 갈등은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각자의 인권이 증진되었는데 행복한 사람은 없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각자의 인권이 조화를 이루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을까?
인권학자로서, 인권활동가로서, 유엔 인권위원으로서 인권증진에 헌신해온 저자가 우리에게 청하는 고민은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인권에 대한 이해와 관련 규범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토론하는 자리에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려는 노력의 첫걸음이다.

“진보하고 진화하는 인권을 그리는 가이드라인”

저자의 인권활동은 실로 전방위적이다. 30년 넘게 인권을 연구해온 이론가이자, 인권NGO를 설립하고 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난민지원 등의 활동을 펼쳐온 현장의 실천가이며, 유엔 인권위원으로서 각국의 인권증진을 위해 힘써온 활동가다.
오래 연구하고 넓게 활동한 이력을 토대로 저자는 어디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큰 틀의 인권적 시야를 이 책에서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의 인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본인의 경험을 통해 들려준다. 지금보다 인권이 가볍게 여겨지던 그 시절,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인권침해였음을 고백하고 반성하면서. 과거에 대한 회고와 현재에 대한 성찰을 거쳐 저자는 미래의 인권을 생각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미래세계에 인권은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는지 모색한다.
아울러 나라 밖에서는 어떤 인권 이슈가 있으며 유엔은 인권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보여줌으로써 나라 안에서 아웅다웅하는 우리의 시야를 아시아로, 나아가 세계 전반으로 넓혀준다. 쉽사리 알기 어려운 유엔 인권위원들의 좌충우돌 활동기를 엿보는 재미는 덤이다.
시간적으로는 미래를, 공간적으로는 글로벌한 시야를 통해 저자는 인권의 좁은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인권을 모색해보게 한다. AI 판사가 인간 판사보다 공정할 거라 믿는 사람들에게, 인간 행동을 학습하는 AI는 공정성에도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AI의 각종 편파판결 사례를 통해 일깨운다. 남아공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인종분리정책의 잔재를 보며, 이주노동자들과 동떨어져 생활하는 우리의 모습을 겹쳐 보여준다. 블록체인이라 하면 비트코인 투자를 떠올리는 우리에게 ‘난민 신분증’을 만드는 또 다른 효용을 알려준다.

인권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누군가는 ‘인권 얘기 지겹다’고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때로는 피를 흘리며 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지켜내지 않았는가? 사회 변화에서 인권의 방향성을 성찰하는 작업은 어렵긴 하지만 헛된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교통법규를 어겼을 때 뇌물을 주는 운전자도, 커닝을 하는 대학생도, 논문을 표절하는 교수도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많은 사람의 성찰과 노력이 이러한 변화의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인권은 더디지만, 중단없이 나아가고 있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저자는 이제 미래의 존엄에 대해 생각하자고 말한다. 그의 제안은 단순하지만 힘이 있다. 나만을, 우리나라만을,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는 인권의 좁은 경계를 허물어보자는 것이다. 디지털화 속에 모든 것이 지구화되고 있는데, 인권은 과거처럼 ‘나’의 좁은 영역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 남과 연대하지 않으면 나의 인권도 보장받을 수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오늘날 누구보다도 폭넓은 인권활동을 펼치는 저자의 혜안에서 더 넓은 인권, 갈등에서 조화로 나아가는 인권을 모색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