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한 K-칩스법, 국제 경쟁력 갖춘 대기업이 반도체 살린다

[강문성의 경제 돋보기]


- 2023년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가속.

- 미국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분야는 반도체.

- 최대 수혜는 대만, 점유율은 한국도 추월해.

- K-칩스법 통과돼도 경쟁력은 글쎄



[경제 돋보기]


2023년 계묘년 해가 밝았다. 새해 국제 통상 분야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은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과 그로 인한 공급망 재편일 것이다. 2017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양자 간 무역 분쟁은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징벌적 추가 관세 부과로 이어졌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러한 추가적 관세 부과는 WTO 규범을 위배하는 것으로 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새로 들어선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미래 산업의 꽃이자 한국 경제가 그동안 국제 경쟁력을 유지해 온 반도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0~40년 동안 효율성 중심으로 발전해 온 반도체 공급망을 중국을 배제하고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 30.1%에서 2021 11.0%로 감소했다. 이러한 중국 비율의 감소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 이러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노력의 최대 수혜 나라는 어디일까. 대만이다. 2018년 미국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9.7%의 비율을 보이던 대만은 2021 17.4%로 비율을 점차 높여 가고 있다. 베트남의 활약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18 2.6%에 불과하던 비율이 2021 9.1% 수준으로 올라갔다.


물론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보여주는 대만과 베트남의 기술은 큰 차이를 보이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고급 기술 중심의 대만과 단순 기술 중심의 베트남이 역할 분담하면서 미국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면서 미국의 의도대로 미국의 반도체 중국 의존도는 점차 약화할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점유율은 2018 11.2%에서 2021 13.2% 2.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미·중 반도체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따른 반사 이익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 한국은 이미 대만에 추월당했고 중국과 베트남이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다.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회는 2022 12 23일 소위 ‘K-칩스법이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은 반도체 등 국가 첨단 산업 설비 투자의 세액 공제율을 대기업 8%,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로 정하는 것이다.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는 한국 기업이 미국·대만·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반도체를 생산하는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과 대만은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25%의 세액 공제율을 제공하고 있고 반도체 기업이 실질적으로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중국은 100%의 세액 공제율을 적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이 될까.


기업의 규모에 따라 차별적인 대우를 적용하는 것은 공정한 경제를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반도체 설비 투자와 같이 기업의 규모에 따른 차별 대우가 별다른 소용이 없는 분야도 존재한다. 오히려 반도체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관련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정치권은 인식해야 한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 학장 겸 국제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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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0/0000063622?sid=101